멀고 먼 옛날, 깊고 깊은 숲속에 도구비 마을이 있었답니다. 무시무시한 도깨비들이 사는 마을이었어요. 도깨비방망이로 길을 지나는 사람들을 놀래켜곤 했지요.


 그날은 응칠이네 식구가 이사하는 날이었어요. 응칠이네 식구는 도구비 마을 옆에 난 숲길을 걸었어요. 그곳을 지나면 이사하기로 한 아랫마을이 있었거든요. 응칠이 아빠는 무거운 이삿짐을 지게에 지고 끙끙거렸어요. 응칠이 엄마는 양손 가득 봇짐을 들고 낑낑거렸답니다. 신이 난 응칠이만 폴짝폴짝 숲에 난 길을 뛰었답니다.

 

 고개 너머로 아랫마을이 보였어요. 응칠이 아빠는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았어요. 응칠이 엄마도 마찬가지였답니다. 응칠이는 어땠냐고요? 땀을 줄줄 흘리며 콧노래까지 흥얼거렸답니다. 

 

“어응!”

 

 바로 그때, 호랑이가 나타났지 뭐예요. 아기 호랑이인 호래였지요. 화들짝 놀란 응칠이 아빠는 쿵 하고 엉덩방아를 찧었어요. 응칠이 엄마는 콩 하고 엉덩방아를 찧었지요. 응칠이는 얼음이 된 듯 꼼짝도 하지 못했어요.

 

“걸음아 날 살려라!”

 

 응칠이 아빠가 제일 먼저 쓩 하고 도망쳤답니다. 응칠이 엄마는 뒤를 따라 씽 하고 도망쳤지요. 응칠이는 그제야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았어요. 

 

“어응!”

 

 호래가 다시 한번 크게 울음소리를 내었어요. 응칠이는 싱글 생글 웃으며 호래를 바라보았어요. 그러고는 배꼽을 잡으며 웃기 시작했지요.

 

“하하하하! 어응이래요. 어응. 무슨 호랑이가 저래.”

 

 시무룩해진 호래는 꼬리를 축 늘어뜨렸어요. 응칠이에게 말을 걸었지만 목소리엔 힘이 없었죠.

 

“넌 내가 안 무섭냐. 어응.”
“넌 어응이 무섭냐. 하하하하.”

 

 심통이 난 호래는 발걸음을 돌려 숲으로 돌아갔습니다. 신이 난 응칠이만 콧노래를 흥얼거렸어요. 엄마 아빠가 달아난 길을 따라 사뿐사뿐 걸었지요.

 


 

 해는 뉘엿뉘엿 기울었어요. 하늘이 빨개지니 숲은 어두워졌지요. 응칠이도 점점 무서워졌어요. 콧노래는 나오지 않았어요. 눈물이 날 것만 같았어요. 그때였어요.

 

“이히히히.”

 

 숲속에서 웃는 소리가 났지 뭐예요. 응칠이는 꼼짝도 하지 못하고 주위를 두리번 거렸어요.

 

“이히히히.”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웃음소리가 났어요. 응칠이는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홱 돌렸어요. 숲에선 파란 불빛이 동동 떠서 날아오고 있었어요. 엄마 아빠를 따라서 도망치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되었어요.

 

“어응!”

 

호래였어요. 깜짝 놀란 응칠이는 엉덩방아를 콩 하고 찧었답니다.

 

“으앙!”

 

 결국 응칠이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어요. 닭 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답니다. 그때 머쓱한 표정을 지은 호래가 숲에서 나타났어요. 그러자 응칠이는 울음을 그치고 말했지요.

 

“어? 너였어?”
“미안하다. 어응.”

 

 호래는 미안했는지 꼬리가 축 늘어졌지요.

 

“아니야. 괜찮아.”

 

 응칠이가 말했어요. 기분이 풀어진 응칠이는 활짝 웃으며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났어요. 그런데 호래 뒤에 무언가가 숨어있지 뭐예요. 응칠이는 다시 한번 엉덩방아를 콩 찧었답니다.

 

“엄마야!”

 

 귀신 소리를 냈던 도구비였어요. 도구비 마을에 사는 꼬마 도깨비였답니다. 파란 불빛이 나는 도깨비방망이를 들고 있었지요. 응칠이는 동네 마을에 사는 사내아이라고 생각했어요. 생김새가 똑같았거든요. 도구비는 머쓱해하며 말했어요.

 

“난 도깨비님이시다. 내가 웃음소리를 내었지.”
“도깨비?”

 

 응칠이는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그리고 대답했지요.

 

“네가 도깨비면 난 귀신이다!”

 

 응칠이는 코를 훌쩍였어요. 심통이 난 도구비는 도깨비방망이를 땅에 콩 찧으며 말했어요.

 

“혹이 생겨나라!”

 

 그러자 도구비의 머리에 주먹만 한 혹이 생겨났지요. 당황한 도구비는 다시 도깨비방망이를 땅에 콩 찧으며 말했어요.

 

“혹아 없어져라!”

 

 그러자 도구비의 머리에 주먹만 한 혹이 하나 더 생겼답니다. 혹이 두 개나 되자 응칠이는 웃음보가 터졌답니다. 호래도 마찬가지였지요.

 

“하하하하!”

 

도구비는 방망이를 축 늘어뜨렸답니다. 그러고는 퉁명스럽게 말했어요.

 

“나 갈래.”

 

 호래는 난처한 얼굴로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했어요. 그때 멀리서 응칠이를 찾는 마을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응칠아! 어디 있니! 살아만 있어다오!”

 

 호래는 꼬리를 바짝 세웠어요. 얼굴은 싱글벙글이었답니다.

 

“이사 온 걸 축하한다. 어응. 해가 뜨면 개울가로 놀러 와라. 어응.”

 

 호래의 말에 응칠이도 싱글벙글 웃으며 대답했어요.

 

“그래.”

 

 마을 사람들이 오기 전에 호래도 도구비를 쫓아 숲으로 사라졌어요. 응칠이를 발견한 엄마, 아빠는 응칠이를 꼭 껴안았어요. 그리고 엄마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어요.

 

 “다친 데는 없니?”

 

그러자 응칠이는 씩씩하게 대답했어요.

 

“하나도 없어요. 그리고 나 오늘 새 친구가 생겼어요.”

 

곧 태어날 우리 아이의 태교를 위해 아빠가 직접 지은 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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