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맛을 고생하며 끌어내기보다는 이미 알고 있는 맛을 잘 섞어낸다면 그만큼 효율적인 재탄생도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제과 업계 등에서 보이는 행보는 고개를 끄덕일만하다. 다만 그 시도에 가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참지 못하고 카트 구석구석 과자를 가득 채워 넣고야 마는 것이다.

빨리 상자를 열라며 웃음을 날린다.


 

 몽슐랭 프로젝트 1탄. 카페 노티드의 셰프들과 콜라보로 탄생한 마롱몽블랑 케이크. 진열대에 전시된 상자를 발견한 아내는 상기된 표정으로 박스를 집어 카트에 담는다.

‘케이는 묵음이야.’

 갑자기 바프가 생각나는 사이, 괜스레 그 옆에 있는 오예스 콩고물에 눈길이 간다. 계획 구매를 하자고 몇 번이나 한 다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망설임 없이 오예스 상자를 집어 들어 몽쉘 상자 곁에 조심스레 올려둔다.


빨리 열어달라고요.
TMI
저기로 열고 싶단 말이다.

 집으로 돌아와 짐을 정리한 후 먼저 몽쉘 상자를 살펴보았다. 다른 것보다 눈길이 가는 것은 재활용을 위해 별도로 뜯는 곳을 마련해두었다는 점. 하마터면 생각 없이 먼저 뜯을뻔했다. 뜯는 곳은 화살표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언제나 진행 방향이 헷갈린다. 물론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았다.

화살표부터 시작이다. 화살표 방향으로 뜯는 것이 아니다.
어머.
카..카와... 귀멸의 칼날 후유증이 극심하다. 한글을 사랑하자. 귀엽다.

 상자가 입을 벌리니 작고 귀여운 포장지가 나를 반긴다. 전통적인 몽쉘 포장지는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다. 이번엔 오예스 차례다.

고소한 건 알겠는데.

 개인적으로 이런 케이크류 중에는 오예스를 가장 좋아하는 나로서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들뜬 마음으로 상자를 열었을 때 다소 칙칙한 느낌의 포장지가 기대치를 떨어트린다. 콩고물의 느낌을 살린 것은 잘 알겠지만 기존 오예스 포장지가 더 식욕을 자극하는 느낌이다.

화살표부터 시작하다. 긴장을 늦추지 말자. 여기선 화살표 방향으로 뜯어야 한다.
고소한 건 알겠는데 2
고소한 건 알겠는데 3
귀엽다. 오래 보아도 그렇다. 일부러 몽쉘을 앞에 놓은 것은 아니다.

 이제 몽쉘과 오예스를 한 접시에 담아본다. 함께 모아놓고 보니 몽쉘에 더 눈길이 간다. 손이 가는 대로 우선 몽쉘을 개봉한다. 작고 귀여운 몽쉘이 나를 반긴다. 쁘띠의 느낌이 가슴 깊이 와닿는다. 반으로 갈라보니 크림도 충실해 보인다.

 

작고 아담하다.
속도 알차다.

 그다음 오예스를 꺼내본다. 외관은 예상대로다. 코 끝을 스치는 향에 맛이 예상된다. 반으로 갈라보니 예상은 확신에 가까워졌다.

겉만 봐서는 모르겠다.
고소한 건 알겠는데 4
어떻게 쌓아야 예뻐 보이지.

 그렇게 한 데 모은 후 아내와 함께 반쪽씩 맛을 보았다. 첫 번째 아내는 몽쉘, 나는 오예스였다. 잠시 가만히 접시를 들여다보던 나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서로 궁금한 거 먼저 먹었네.”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접시에 남은 몽쉘을 먼저 집어 들었다. 이후 절로 고개를 끄덕이며 아내에게 말을 건넸다.

“잘 뽑았네.”

 몽쉘이 아니라 새로운 케이크를 출시했다고 해도 괜찮은 맛이었다. 카페 노티드를 알지는 못하지만 노티드 쁘띠 몽쉘은 기억에 남을 느낌이다. 나아가 아내, 그리고 아이와 함께 카페 노티드를 방문하는 즐거운 상상을 한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남은 오예스를 언제 다 먹을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 앞선다.

 

 

요즘 PPL.

 예고편부터 농심의 향기가 물씬 났던 라끼남은 방심위의 법적 제재 통보를 받았다. 노이즈 마케팅의 시너지 효과까지 등에 업은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맛남의 광장은 어떠한가? 이마트가 모습을 드러내더니 이번엔 오뚜기를 전면에 내세운다. 특히 최근 방송에서는 농심을 반면교사로 삼아 친절하게 삼양도 등장시킨다.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볼 점이 있다. 결국 그들이 무엇을 하든 프로그램 속의 광고에 현혹되어 우리는 지갑을 연다는 것. 하지만 그것이 정말 맛있는 현혹이라면 난 언제든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 있다.


감칠맛

개인적으로 너구리 류의 두꺼운 면발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런데 아내가 어디서 보았는지 내게 한정판 라면의 소식을 전한다.

“맛남의 광장에서 오뚜기랑 콜라보로 다시마 하나 더 넣은 오동통면 나왔대.”

 진진짜라 컵라면 출시 소식도 접했던 나였기에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며 이마트를 줄기차게 드나들었다. 그러나 몇 차례 방문에도 우리를 맞이한 것은 오리지널 오동통면 뿐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뚜기몰을 뒤져보니 이미 매진.


 이튿날, 낙심한 나에게 아내가 묻는다.

“쿠팡에 있는데 살까? 그런데 이거 로켓와우클럽 가입해야 한대. 한 달 무료라네?”

어제보니 이마트에 쌓여 있다.

 맛남의 광장 본 편에서 다시마를 하나 더 넣은 오동통면을 대놓고 홍보한 터라 이미 내 지갑은 활짝 열려있었다. 하지만 추가적인 가입을 요구하는 쿠팡의 전략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내가 대화의 종지부를 찍었다.

“지금 사면 내일 새벽에 온대.”

“가입하고 사자.”

새벽에 도착한 오동통 너구리 면.
언제까지 한정으로 팔 것인가.
다시마가 두 개.

 다시마가 하나 더 들어간 것 말고는 기존의 오동통면과의 차이는 없다. 조리법도 마찬가지.

이 인분 조리 중이다.
혼자서 이 인분을 먹는 것은 아니다.

 

다시마 1호

 

다시마 2호

 

그리고 면이 들어가면.


완성

https://youtu.be/LgB-1M24N0Y


 오뚜기에서 다시마를 팔고 그 다시마를 넣은 라면을 파는 사실을 모르는 백종원 대표. 진비빔면 광고도 해놓고선. 대본의 향기가 물씬 나지만 아무렴 어떠한가. 감칠맛이 난다는데. 글을 마치며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평가를 덧붙인다.

두꺼운 면발은 내 취향이 아니다.
하지만 다시마 두 개. 국물은 좋다.
별점 : ★★
      ★: 먹어본 사람에게 맛을 물어보세요.
★★: 궁금하니 꼭 한 번은 먹어볼 만한
★★★: 사서 드시면 됩니다. 살 수만 있다면
-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

신상에 대한 고찰

 세상엔 쓸만하며 적당한 가격에 보기에도 훌륭한 제품들이 많다. 하지만 사람들은 늘 새로운 것을 찾는다. 음식 또한 마찬가지다. 맛있는 것이 많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음식을 먹는 행위조차 불편한 것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반면 미식가와 대식가들은 어떠한가. 끊임없이 새로운 음식을 입안에 밀어 넣으며 혀에 달린 미각 세포를 괴롭힌다. 그리고 평가한다. 그런 측면에서 신상 라면은 훌륭한 연구 대상이라 할 수 있다.

 

 


칼국수를 비빈다.

 

 며칠 동안은 새로운 라면의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애써 찾아보지도 않았다. SNS나 TV에서 원하지 않아도 나에게 정보를 준다. 하지만 칼빔면은 달랐다.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그것을 마주했다. 그리고 아내가 말했다. 아내는 정보에 능하다. 가끔 AI가 탑재된 것이 아닐까 한다.

“저거 새로 나온 거다.”

라면은 행사할 때 사야 한다. 다른 걸 더 많이 사서 문제지만.

 강황 쌀국수 이후로 농심에서 나온 라면 중 손에 꼽을 만한 것은 없었다. 묘한 긴장감과 함께 진열대에 수북하게 쌓인 칼빔면 중 하나를 들어 올렸다. 절대 시식용 라면이 하나 더 붙어 있어서는 아니었다.

어디든 하나만 더 준다면.
옹기종기 잘 모여있다.

 조리법도 일반 비빔면과 다르지 않았다. 면은 짜왕 면과 유사하게 생겼다. 구성도 단출하다.

쫄깃탱탱, 매콤새콤이라 했겠다.
인당수에 몸을 던져
인당수가 온천이었나요?
바다 들어갔다 왔으면 씻어야지.
물기 다 말렸니.

익혀낸 면은 실제 칼국수와 흡사하다.

남김없이 짠다. 늘 남지만 최선을 다해 본다.
사정 없이 흔든다. 늘 어딘가에 양념이 과도하게 남지만 최선을 다해 본다.
고명은 아내의 내조.
에어프라이기만 있으면 군만두 맛집

 아내가 고맙게도 고명을 준비했다. 에어프라이기에 돌린 군만두도 함께.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허겁지겁 한 젓가락을 떠 올렸다. 식감과 맛을 조화롭게 잘 잡아냈다고 생각했다. 그러고는 아내에게도 한 젓가락을 권하며 물었다.

"어때?"
"괜찮은데?"

 라면 제조사들이 늘 이렇게만 해준다면 사 먹는 나는 행복하다. 글을 마치며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평가를 덧붙인다.

찬장, 비빔면 옆자리를 채우기에 모자라지 않은.’

별점 : ★★★

      ★: 먹어본 사람에게 맛을 물어보세요.

★★: 궁금하니 꼭 한 번은 먹어볼 만한

★★★: 사서 드시면 됩니다. 살 수만 있다면

-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

 

 

기원에 대한 고찰

 

 짜파구리의 기원은 어떻게 되는가. 현대적인 관점에서는 기생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근현대사를 통틀어 우리는 ‘아빠 어디 가’가 그 기원이라는 데 고개를 끄덕여야 한다.

 

 최초 시도된 짜파구리는 아마 너구리 순한 맛과 조화를 이뤘을 것이다. 괄또네넴띤의 홍보 효과를 절감했는지 농심에서는 너구리 RTA를 만들어냈다. 그러고는 짜파구리를 용기에 담아내며 그 RTA와 합을 맞췄다.

작성자 주: 너구리 RTA는 너구리 매운맛의 상위 버전으로 너구리를 뒤집은 글씨를 보면 왜 RTA라 불리는 지 알 수 있다.

 

 


 

이제야 혹은 드디어. 하지만.

 

어디서 들었는지 아내가 말한다. 라면 애호가인 필자보다 더 신상 라면 소식에 빠르다.

“짜파구리 나왔대.”

 진진짜라 컵라면을 기다리며 농심은 뭐하는 걸까 궁금해 하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큰 기대는 없었기에 마트에 갈 일이 있으면 하나 사보자 하며 날을 기다렸다. 그리고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구성은 단출했다. 생각보다 괜찮았던 점은 물을 따로 버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 그리고 귀여운 너구리 고명.

 

모르고 보면 매운맛 짜파게티 같다.
너구리는 생각만큼 귀엽지 않다.

 

 조리 방법도 간단하다. 끓는 물을 표시선까지 부은 후, 전자레인지에 3분 돌린다. 그리고 스프를 순서대로 넣고 비비면 끝이다.

 

한 잔 받으시게.
열정이 식기 전에
기름 붓기
영화, 소용돌이가 생각난다. 돌리고 돌리고.
촤.

 

한 젓가락을 뜨고 웃으며, 옆에 있던 아내에게 맛을 보라 권했다.

“맛있는데?”

“그래? 난 그정도는 아닌데.”

 

여기에 소고기를 추가한다면?

 

 짜파구리 조리법엔 소고기가 있는데 농심이 그걸 왜 무시했을까 궁금해진다. 글을 마치며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평가를 덧붙인다.

짜파게티와 너구리 RTA가 그냥 잘 섞인 맛.’

별점 : ★★

     ★: 먹어본 사람에게 맛을 물어보세요.

★★: 궁금하니 꼭 한 번은 먹어볼 만한

★★★: 사서 드시면 됩니다. 살 수만 있다면

-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

 

 

문화상대주의

 

 고깃집에 가서 고기를 먹은 다음 후식으로 냉면을 먹는다. 아내는 처음에 이런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나 또한 그런 아내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비빔국수와 비빔냉면에 길들여진 나에게 비빔면은 또 하나의 훌륭한 대체재였다. 하지만 이제 팔도 비빔면에서는 벗어나고 싶었다.


시대를 풍미했던 괄도 네넴띤, 함흥 비빔면도 있었다.

*작성자 주 : 작성자 본인의 기준. 괄도 네넴띤은 팔도 비빔면의 야민정음 표기법이다. 팔도의 다른 제품과 함께 한정판으로 나왔다가 난리가 나서 추가로 판매를 진행했고 이제는 괄도 네넴띤만 별도로 판매 중이다. 함흥 비빔면은 비빔냉면의 맛을 잘 살려 가성비가 좋은 비빔면이라 생각했는데 요즘은 찾아볼 수가 없다.

 

 하지만 요즘은 오뚜기의 진 시리즈가 시장을 주도하는 것 같다. 진 비빔면도 그 연장 선상에 서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여러 업체에서 서로 따라 베끼기 바쁘니 그런가 싶기도 하다. 특별한 점은 없었다. 푸짐해졌다고 하는 것 외엔.

20%?

 특이한 점은 팔도 비빔면과는 다르게 고명스프가 별도로 있었다. 조리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끓는 물에 3분 30초 면을 삶아 낸다. 그다음은 찬물과 손으로 정신없이 면을 괴롭힌다.

면만 먼저 삶으면 된다.
물은 끓고 있다.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
팔도보다 스프 봉지를 한 번 더 뜯는 수고가 필요하다.
노곤노곤하니
몸은 풀어진다.
맨손은 위험하다.
사정없이 괴롭혀야 한다.
인간 계량기를 동원한 분배.

 마지막으로 소스와 고명을 올리고 적당히 비비면 끝이다.

소스 투척
고명도 올리고
오른손으로만 비비겠다.

 다 만들어진 비빔면을 보고 아내가 입을 열었다.

 

“하나 끓여서 나눠 놓은 거 같다.”
“원래 비빔면은 한 개 반해야 일 인분이잖아. 그리고 뱃속에 아기도 있으니까 더 그렇지.”
“네 개를 다 할 걸 그랬나?”

 

깨소금 추가. 하필이면 계란이 떨어지는 바람에.

 20% 푸짐해진 것 외에 특별한 점은 없었다. 면발은 팔도비빔면에 비해 조금 더 두꺼운 느낌이었다. 맛은 준수한 편이었다. 글을 마치며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평가를 덧붙인다.

‘팔도든 오뚜기든 맛은 비슷. 싼걸 먹으면 이득.
하나 가지고 모자란 건 매한가지.’

별점 : ★★

      ★: 먹어본 사람에게 맛을 물어보세요.

★★: 궁금하니 꼭 한 번은 먹어볼 만한

 ★★★: 사서 드시면 됩니다. 살 수만 있다면

-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

 

 

음식 프로 전국 시대

 

 음식 프로가 방송국을 장악한 요즘. 우리 부부 또한 즐겨 보는 프로가 몇 개 있다. 그날도 어김없이 편스토랑을 시청 중이었다.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는 사이 아내가 다급하게 나를 불렀다. 무슨 일이라도 났는가 싶어 달려 간 나에게 아내는 말했다.

 

“진짜 맛있게 먹었는데. 벤틀리가 정신을 놓고 먹었다니깐.”

 

 그 대상은 앵그리 크림 쫄면이라 했다.

 


이건 어디서 살 수 있는 건가요?

 방송이 끝날 때쯤 안내 자막이 나왔다.

‘내일 CU를 통해 출시됩니다.’

 

 다음날.

 출산 전 교육을 받으러 나간 김에 근처에 있는 CU를 모두 뒤졌다. 들리는 모든 편의점마다 ‘앵그리 크림 쫄면’은 품절이었다. 허니버터칩 대란이 벌어졌을 때와 같은 기분이었다. 어차피 편스토랑의 지난 출시 메뉴들은 편의점에 즐비했다. 이번 메뉴 또한 시간이 지나면 재고가 풀릴 것이라 생각했다.

 

 그날 저녁.

 산책에 나서기 전 아내는 인근의 모든 CU의 위치를 확인했다. 나는 별말 없이 따라나섰다. 예닐곱 군데는 되는 편의점 중에 하나는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처음 몇 군데에서는 우리가 제품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라서 찾지 못하는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경로 상의 마지막 편의점에 들리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앵그리 크림 쫄면의 인기를.


다음 다음날.

“진짜 맛있대.”

 

 산책을 앞둔 시점 아내는 내게 말했다. 괜스레 욕심이 생겼다. 기필코 맛을 보고 말리라 다짐했다. 이번엔 경로 상에 지난번에 들리지 않았던 주유소 내 CU를 추가했다. 기대하지 않고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아내의 표정이 돌변했다.

 

“있다!”

 

 무려 4개. 순간, 이성을 잃은 나와 아내는 사재기를 감행했다.

네 개를 모두 사기엔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내용물은 단순했다. 쫄면, 크림소스, 그리고 파우더와 앵그리 소스였다. 원래는 용기에 쫄면을 모두 뜯어 넣은 후 소스를 얹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재활용품의 용이한 처리를 위해 용기 대신 그릇에 쫄면을 올렸다. 소스를 부으려고 보니 그릇이 생각보다 작아 바로 다른 그릇에 옮겨 담았다. 그리고 그 위에 소스를 붓고 전자레인지에 돌린 직후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면이 소스에 완전히 덮이지 않아 일부 면이 제대로 익지 않은 것이었다. 용기를 사용하는 데는 이유가 다 있었다.

내용물은 단출하다.
조리법이 어렵진 않다.
흩어져야 산다.
전용 용기를 사용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거 덮고 한숨 푹 자.

 전자레인지에 다시 돌린 후 파우더를 뿌린 후 망설임 없이 매운 소스를 1단계만큼만 추가했다. 매운 소스는 애초에 고려 대상도 아니었다. 맛을 본 아내는 내게 말했다.

치즈는 진리.
맵찔이는 소스를 조용히 내려놓으라 했다.
오기가 발동한다. 하지만 1단계까지만이다.

“진짜 맛있는데. 면도 쫄깃쫄깃한 게 완전 내 스타일이다.”
“그래? 맛있긴 한데 내 입맛에 그렇게 까진.”

 매운맛과 떡의 쫄깃한 식감을 좋아하는 아내의 입맛에 맞았던 모양이다. 글을 마치며 편스토랑 애청자들과 앵그리 크림 쫄면이 궁금하신 분들에게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평가를 덧붙인다.

‘매운맛을 좋아한다면 꼭 한 번은 먹어보길.’

별점 : ★★

      ★: 먹어본 사람에게 맛을 물어보세요.

★★: 궁금하니 꼭 한 번은 먹어볼 만한

 ★★★: 사서 드시면 됩니다. 살 수만 있다면

-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

 

 

 

 

발단

 언제부터 라면을 좋아했는지 그 시기는 불명확하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건 하나 있다. 어린 시절 종종 아버지께선 라면을 박스로 가져다 두셨다. 그때만 해도 불과는 거리가 먼 미취학 아동이었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라면을 부숴 먹는 방법을 깨우쳤던 것이 아닌가 한다.


짜파구리에 대한 단상

 어느 날 아내가 말했다.

 

“라면 새로 나왔대.”

 

 나에게 있어 그것은 애플 신제품 출시에 버금가는 이벤트였다. 누군가에게 그것은 새로 나온 스타벅스 텀블러 일수 있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신상 명품 백, 혹은 신차일 수도 있겠다. 설레는 마음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뭔데?”
“진진짜라. 진짬뽕이랑 진짜장 섞은 건가 봐.”

 

 기생충에 나온 짜파구리가 농심에게 얼마나 많은 수익을 안겨주었는지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라면 애호가들의 입을 즐겁게 해주는 이벤트였다는 것이다. 농심으로서는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두 개 팔면 이득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진진짜라 하나로 그 맛을 충분히 낼 수 있다면 굳이 그 두 개를 살 필요는 없었다. 오뚜기가 농심이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을 제대로 올렸다 평할 수 있겠다.

*작성자 주: 짜파구리 시식회에 대한 정치적 논란은 사양합니다.


진진짜라

 마스크를 끼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시선은 정확했다. 3개 정도 남은 진진짜라 중 하나를 카트에 재빨리 담았다. PS4 Pro 대란이 일어났을 때 기억이 났다. 토이저러스와 근방의 모든 일렉트로 마트, 백화점을 돌아 간신히 샀던 기억 말이다.

 

 그날의 점심은 라면이었다. 함께 산, 조선 호텔 레시피로 담근 열무김치로 맛을 돋울 예정이었다. 진짜장과 진짬뽕을 얼마나 잘 섞었을지 궁금했다. 사실 개인적으로 짜왕이 짜장라면 중에는 맛을 제일 잘 살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포장이나 조리법이 특별하지는 않았다. 면도 마찬가지. 끓는 물에 면과 건더기스프를 넣고 5분간 삶는다. 그다음은 시리에게 맡긴다.

 

“시리야, 5분 후에 알려줘.”

진진짜라님 영접.
건더기 스프를 넣고 물을 끓이는 거였구나...........
행복의 건더기 스프는 없었다.
추웠지. 얼른 온탕으로 가자.
건더기 스프를 넣고 물을 끓인 후 면을 넣습니다.....
순서야 어떻든.
맛있기만 하면 되지.

 정확하게 5분 후 물을 따르고 액체 스프를 넣는다. 그때 아내가 물었다.

 

“물이 좀 많은 거 아니야?”

 

물은 끓는점을 지나면 증발을 시작한다.

 아차 싶었다. 하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태연한 얼굴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졸이면 돼.”

 

 다행히 면은 생각보다 많이 불지 않았다. 아내가 삶아 준 계란 반쪽을 올리니 이런 게 행복이구나 싶었다. 한 젓가락을 뜬 후 아내와 나는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는 참았던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거 물건이네. 물건.”

스파게티만 말 수 있는 건 아니다.
좋은 한 끼였다.

 정말로 한동안 진진짜라가 시장의 물건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농심이나 삼양에서 노력하지 않는 이상.

*작성자 주: 라면 애호가로서의 주관적 견해에 의한 개인적인 평가입니다. 이에 대한 논란은 사양합니다. 의견은 환영합니다.

 

‘일단 꼭 한 번은 먹어보길.’

별점 : ★★

      ★: 먹어본 사람에게 맛을 물어보세요.

★★: 궁금하니 꼭 한 번은 먹어볼 만한

 ★★★: 사서 드시면 됩니다. 살 수만 있다면

-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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