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레트로의 시대다. 유행은 돌고 돈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과도하게 활용하는 대기업들의 생태를 보면 그저 상술에 지나지 않는 행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나 그 유혹은 달콤하고, 언제나 그 유혹에 넘어간다. 여기엔 특별한 목적이나 의도는 없다. 그저 인간 본연의 욕망, 과거의 향수를 잊지 못하고 그리는 끌림이 자연스레 구매로 우리를 이끌었을 뿐이다.

 

 기업들의 홍보의 장이라고 충분히 의심 가능한 다음 어딘가의 카테고리. 그곳에 가면 신제품 및 한정판 제품의 정보가 시시각각 업로드된다. 물론 유용한 정보나 가십거리 들도 많다. 그중에서 이번에 아내의 시선을 끈 것은 이 제품이었다.

'델몬트 오렌지 주스 미니병 세트’

아침의 주스를 가장 선호하지만 역시 오렌지 주스의 대명사는 델몬트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며 가슴이 뛰었던 사람들이라면 응당 눈길이 가는 제품일 것이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아직도 보지 않은 나조차도 가슴이 뛰었다. 하물며 250ml라니. 더군다나 한정판이라는 이야기는 내 구미를 더 끌어당겼다.

롯데와 날이 갈수록 친해지는 기분이다.

 퇴근길에 마주한 작은 택배 상자 하나. 무게는 생각보다 무겁지 않았다. 유리병이기에 포장도 꼼꼼하게 잘 되어 있었다. 오랜만에 마주한 초록색 병뚜껑은 가슴을 설레게 한다. 함께 딸려온 플라스틱 상자까지 완벽했다.

꼼꼼한 포장. 마음에 든다.
초등학교 앞에서 삐약 거리던 병아리들을 보는 것만 같다. 얼른 꺼내 달라며 손짓한다.
사진은 커 보이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스티커였다. 병에 부착되지 않고 별도로 들어 있는 스티커는 구매자가 일일이 붙여야 했다. 그러나 거기엔 숨겨진 이유가 있었다. 롯데에서 이 작은 크기의 음료수 병을 출시한 목적 말이다.

오렌지 농축액 17%, 250ml. 그렇다면 대략 80%는 물이다.

 그것은 바로 병의 재활용이었다. 이미 이 세트를 구매한 여러 사람들은 주스를 모두 마신 후 재사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인테리어나 재사용 등의 목적을 가지고 있는데 스티커가 붙어 있다면 그것만큼 불편한 일은 없을 것이다.

아까워서 어떻게 딸 것인가?

스티커를 떼어내다가 행여나 조금이라도 찢어지거나 접착액이 남는다면 그것을 제거하기 위해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스티커를 붙이지 않고 별도로 동봉한 것은 참으로 가슴 따뜻해지는 배려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내는 한 번씩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며 주스를 마실 날을 꿈꾸지만 한정판을 몇 번 경험했음에도 첫 번째 병의 뚜껑을 따는 일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유통기한 천년 만년인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내와 아침을 함께 하며 큰마음 먹고 하나 열었다. 뭐, 맛은 오렌지 주스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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