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거의 하루에 한 번은 택배가 온다. 한 번 이상 오는 날도 허다하다. 코로나의 영향이 있다고는 하지만 아이가 태어난 영향이 더 큰 듯하다. 대부분의 택배는 내용물을 알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이게 뭐야?”

“일단 열어 보면 알아.”

 

 아내는 해맑은 얼굴로 택배 박스를 뜯는다.

“삼립호빵?”

 무언가를 산다고 하면 사지 말라고 했던 적은 없지만, 유난히 신경 쓴 포장 박스에 괜스레 의구심이 일었다. 곰곰이 지난 기억을 더듬으며 놓친 부분이 없는지 되짚었다.

‘호빵만 먹으면 되는 걸 혹시 충동구매를 한 건가?’

 

 고개를 갸우뚱하는 나를 두고 신이 나 박스를 여는 아내. 아이 때문에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는 사이 아내가 무엇을 들고 꺼내서 보여준다.

 

“그게 뭐야?”
“여기다가 호빵 쪄 먹는 거야. 이거 한정판인데 나 사고 품절. 대박이지?”

 

 대단한 건 알고 결혼했지만 언제 봐도 대단한 여자다. PS4 대란이 일었을 때도, 괄도네넴띤 한정판 대란이 일었을 때도, 마스크 대란이 일었을 때도 그 어려운 걸 아내는 묵묵히 해냈다. 아 그리고, 최근 닌텐도 스위치 대란에서도. 특히 이런 한정판 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삼립호빵 호찜이 굿즈 에디션’

 

 내용물은 전체 단팥 호빵 6개, 야채 호빵 3개, 피자 호빵 3개였다. 그리고 호찜이. 호빵의 맛이야 일 평생을 먹어 왔는데 궁금해할 것이 없었다. 오로지 나의 주 관심사는 호찜이였다.

 

 육아 때문에 정신없던 날이 며칠 지나고 나서야 간신히 상자를 다시 열었다. 왜 단팥 호빵과 야채 호빵이 반대로 들어 있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오랜 경험에 의존해 야채 호빵을 찾아냈다. 이상하게 아직도 단팥 호빵에는 손이 안 간다.

 

 아는 사람은 안다. 사진을 자세히 봐도 알 수 있지만 왼쪽에 야채, 오른쪽에 단팥이 들어있다. 그리고 호찜이를 사용해 호빵을 쪄냈다. 사용법은 간단했다.

1. 아래쪽의 물통에 물을 조금 넣는다.

2. 하얀색 채반 위에 호빵을 하나 올린다.

3. 뚜껑을 닫고 전자레인지에 1분 돌린다.

 

 그렇게 데워 낸 호빵은 코흘리개 시절에 슈퍼 앞의 찜기에서 모락모락 김을 피워내던 딱 그 맛이었다.

이로서 월동 준비는 끝났다.

 

*전체 개봉기 및 실 사용기는 아래 영상에서 확인 가능하다.

https://youtu.be/ntdPI4HI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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