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질문을 꺼낸 건 할로윈을 앞둔 어느 날이었다. 아이의 백일 사진 촬영이 며칠 후에 있을 예정이었기에 기억은 선명하다.
이거 살까?
육아 용품과 끼니를 때울 신선 식품이 하루가 멀다 하고 택배로 오는 요즘, 나의 답변은 한결같다.
필요하면 사야지.
그러면 보통 휴대전화에 결제를 알리는 문자가 오는데 이번은 조금 달랐다.
와서 한번 골라봐.
머거본 a.k.a 술안주
아이가 잠든 후 멍하니 TV에 고정되어 있던 눈알을 굴려 아내의 휴대전화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 안에 펼쳐진 것은 끝도 보이지 않는 머거본의 향연이었다. 맥주 한 캔이면 한계에 다다르는 나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로는 혹시 모를 응급 상황에 대비해 술은 입에도 댈 수 없었다. 상대적으로 아내가 운전에 미숙한 이유도 있었다. 또한 모유 수유 중인 아내가 술을 마실 것도 아니었다.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만 나는 이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내의 간식
그랬다. 처음부터 철저하게 계획된 아내 스스로를 위한 선물이었다. 대량 구매가 가능한 품목들이 있었지만 샘플러처럼 여러 가지를 맛볼 수 있는 할로윈박스 세트(12종 구성)가 괜찮아 보였다. 할로윈 박스를 증정한다는 말도 관심을 끌었다. 무엇보다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은 아내의 한마디 말이었다.
톡딜이라 12,900원이면 살 수 있어.
할로윈의 기원도 제대로 모르는 내가, 그리고 톡딜은 무엇인지 들어본 적도 모르는 내가, 그렇게 아내의 구매를 지지했다. 정가 32,000원 대비 약 60% 할인된 가격. 아직도 믿을 수 없는 그 가격에 결제는 진행되었다.
생각보다 아담한 주황색의 할로윈 박스
애초에 결제할 때만 해도 음식점 앞이나 마트의 흉물스러운 크기를 상상했었다. 하지만 택배 상자 안에 담긴 그것의 크기는 꽤나 아담했다.
가지런히 정리한 12종의 간식거리를 주방 구석에 자리한 이케아 이바르 선반에 올려놓았다. 이미 공간을 차지한 수많은 라면과 다른 과자들을 밀어내고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함께 꺼내본 최애 하이네켄 150 ml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를, 아내는 날카로운 눈초리로 째려본다.
기분만 내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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