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프로 전국 시대

 

 음식 프로가 방송국을 장악한 요즘. 우리 부부 또한 즐겨 보는 프로가 몇 개 있다. 그날도 어김없이 편스토랑을 시청 중이었다.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는 사이 아내가 다급하게 나를 불렀다. 무슨 일이라도 났는가 싶어 달려 간 나에게 아내는 말했다.

 

“진짜 맛있게 먹었는데. 벤틀리가 정신을 놓고 먹었다니깐.”

 

 그 대상은 앵그리 크림 쫄면이라 했다.

 


이건 어디서 살 수 있는 건가요?

 방송이 끝날 때쯤 안내 자막이 나왔다.

‘내일 CU를 통해 출시됩니다.’

 

 다음날.

 출산 전 교육을 받으러 나간 김에 근처에 있는 CU를 모두 뒤졌다. 들리는 모든 편의점마다 ‘앵그리 크림 쫄면’은 품절이었다. 허니버터칩 대란이 벌어졌을 때와 같은 기분이었다. 어차피 편스토랑의 지난 출시 메뉴들은 편의점에 즐비했다. 이번 메뉴 또한 시간이 지나면 재고가 풀릴 것이라 생각했다.

 

 그날 저녁.

 산책에 나서기 전 아내는 인근의 모든 CU의 위치를 확인했다. 나는 별말 없이 따라나섰다. 예닐곱 군데는 되는 편의점 중에 하나는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처음 몇 군데에서는 우리가 제품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라서 찾지 못하는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경로 상의 마지막 편의점에 들리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앵그리 크림 쫄면의 인기를.


다음 다음날.

“진짜 맛있대.”

 

 산책을 앞둔 시점 아내는 내게 말했다. 괜스레 욕심이 생겼다. 기필코 맛을 보고 말리라 다짐했다. 이번엔 경로 상에 지난번에 들리지 않았던 주유소 내 CU를 추가했다. 기대하지 않고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아내의 표정이 돌변했다.

 

“있다!”

 

 무려 4개. 순간, 이성을 잃은 나와 아내는 사재기를 감행했다.

네 개를 모두 사기엔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내용물은 단순했다. 쫄면, 크림소스, 그리고 파우더와 앵그리 소스였다. 원래는 용기에 쫄면을 모두 뜯어 넣은 후 소스를 얹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재활용품의 용이한 처리를 위해 용기 대신 그릇에 쫄면을 올렸다. 소스를 부으려고 보니 그릇이 생각보다 작아 바로 다른 그릇에 옮겨 담았다. 그리고 그 위에 소스를 붓고 전자레인지에 돌린 직후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면이 소스에 완전히 덮이지 않아 일부 면이 제대로 익지 않은 것이었다. 용기를 사용하는 데는 이유가 다 있었다.

내용물은 단출하다.
조리법이 어렵진 않다.
흩어져야 산다.
전용 용기를 사용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거 덮고 한숨 푹 자.

 전자레인지에 다시 돌린 후 파우더를 뿌린 후 망설임 없이 매운 소스를 1단계만큼만 추가했다. 매운 소스는 애초에 고려 대상도 아니었다. 맛을 본 아내는 내게 말했다.

치즈는 진리.
맵찔이는 소스를 조용히 내려놓으라 했다.
오기가 발동한다. 하지만 1단계까지만이다.

“진짜 맛있는데. 면도 쫄깃쫄깃한 게 완전 내 스타일이다.”
“그래? 맛있긴 한데 내 입맛에 그렇게 까진.”

 매운맛과 떡의 쫄깃한 식감을 좋아하는 아내의 입맛에 맞았던 모양이다. 글을 마치며 편스토랑 애청자들과 앵그리 크림 쫄면이 궁금하신 분들에게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평가를 덧붙인다.

‘매운맛을 좋아한다면 꼭 한 번은 먹어보길.’

별점 : ★★

      ★: 먹어본 사람에게 맛을 물어보세요.

★★: 궁금하니 꼭 한 번은 먹어볼 만한

 ★★★: 사서 드시면 됩니다. 살 수만 있다면

-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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