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위세가 꺾이기는커녕 오히려 수도권을 중심으로 더 늘어만 간다. 아직 어린아이를 위해 외출도 삼가며 최대한 집에 있으려고 하지만 여의치 않은 일이다. 아무리 집돌이 집순이라 해도 잠시 잠깐의 외출은 다시 마음을 다잡는 데 도움이 된다.

 

 그렇게 코로나를 잊고 잠시 콧바람이라도 쐴 겸 동네 산책로를 걸으려고 해도 큰 문제가 있었다. 점점 커가는 아이를 아기띠에 의존해 함께 다닌다는 것 말이다. 내년 봄 이전까지는 절대 필요가 없을 것만 같았던 유모차가 간절해진 이유였다.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가 짧은 시일 내에 잠잠해질 것도 아니라는 생각, 겨울에 찬 바람을 맞으며 산책할 일도 없을 거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했다. 그때 아내의 한마디가 내 마음을 돌려세웠다.

유모차도 카시트처럼 적응이 필요하대.

 그 어떤 반박이 필요 없는 설득이었다. 검진을 위해 병원을 오가며 카시트와 씨름했던 기억이 떠올라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장 조사

 후보군은 아내가 다음, 네이버, 블로그, 맘 카페의 리뷰, 후기를 모두 샅샅이 뒤져 이미 추려 놓은 후였다.

부가부, 오르빗, 잉글레시나

 이 셋 중에 하나를 선택할 예정이었다. 처음 방문한 베네피아에 모든 제품이 있었다면 결정이 쉬웠겠지만 안타깝게도 오르빗이 없었다. 투박한 느낌의 잉글레시나보단 부가부에 눈길이 더 갔다.

 

트렁크에 유모차를 싣고 내리는 일은 내 담당이었기 때문에 무겁고 큰 디럭스보단 절충형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그중에서도 매장을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는 부가부 비5가 우리의 마지막 선택지였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 아내가 말을 꺼냈다.

오르빗도 보고 싶은데.
결정한 거 아니야?
다 보고 결정해야 후회가 없지. 그리고 카페 이런 데서 옆으로 돌릴 수 있는 게 얼마나 편한데.

 그렇게 오르빗을 볼 수 있는 베이비플러스까지 들리고 나서야 부가부 비5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오르빗을 선택하지 않은 것을 잘했다고 느낀 것은 그로부터 얼마 후 아파트 인근에서 오르빗 실사용자를 마주친 때였다. 벤치에 앉아 있던 엄마의 오르빗은 정방향을 보고 있었다. 옆으로 돌려 아이와 마주 볼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구매

 

 지인 찬스를 쓰기 위해 문의만 해본 결과 부가부 제품은 취급하지 않는다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득과 실을 고려해서 내린 합리적인 결정은 결국 후보였던 잉글레시나 앱티카 써밋 쟈카드였다. 가격과 부수적인 혜택이 무거움을 이긴 순간이었다.


기약 없는 기다림

 

 9월쯤부터 주문을 넣고 기약 없는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매장 오픈 일정이 연기되고 있는 것이 문제였다. 몇 번이나 그냥 취소하고 부가부 비5를 사던지 아니면 내년에 나올 부가부 비6를 사자는 말이 오고 갔다. 하지만 점점 늘어나는 코로나 확진자가 우리의 기세를 꺾었다. 차가워진 바깥공기도 아이와 함께 밖에 나가는 일을 주춤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나고 나서야 주문이 들어갔다는 확답을 받을 수 있었다. 아내는 그로부터 며칠 동안 왜 이렇게 택배가 오지 않느냐며 투덜거렸지만, 우리는 마침내 집 앞에 놓인 거대한 택배 상자를 마주할 수 있었다.

내돈내산


조립과 시운전

단아한 자태로 우리를 기다린다.

 아내의 표정이 그렇게 신날 수가 없었다. 다른 육아 용품이 왔을 때보다 더 신나는 얼굴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달 여를 기다린 제품이었기 때문이었다. 매뉴얼을 꺼내놓고 그림을 보며 순서대로 비닐을 벗겼다. 조립에 일가견이 있는 아내를 배려해 공정은 공평하게 아내와 나 50:50으로 진행했다.

구성품 별로 깔끔하게 포장되어 있다.
거대한 바퀴는 크기만으로 안정감을 준다.
매장에서 체험했던 대로 접고 펴는 것. 시트 조절이 완벽하다. 무게도.

 조립을 끝낸 유모차를 보니 어서 태우고 밖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렇다고 자는 애를 깨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들뜬 마음을 억누르고 미세먼지가 잠잠한 날, 날이 조금 포근하다면 함께 산책로를 걷기로 아내와 그렇게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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