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는 맛과 매운맛. 그중에서 매운맛이 더 중독성이 높고 관심도 많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맥주, 탄산수, 탄산음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용수에 탄산이 들어간다. 이 시점에서 한 가지 제안을 해본다.

 

 맵지 않은 맛의 순한 음식을 떠올려보자. 입맛이 떨어질 정도는 아니다. 그렇다면 다음 제안이다.

 

 김빠진 맥주. 감이 오지 않는가? 김빠진 콜라. 김빠진 사이다는 어떠한가? 그렇다. 김빠진, 탄산이 없는 음료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이것이 선천적으로 알코올 분해 효소가 부족한 내가 탄산음료를 좋아하는 이유이다.


 시장에는 다양한 탄산음료가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스프라이트를 선호하는 편이다. 간혹 스프라이트가 없을 때는 사이다를 선택한다. 콜라는 태가 어두침침하고 시커먼 것이 어쩐지 이가 썩는 느낌이라 꺼림칙한 측면이 있다. 물론 배다른 민족에서 종종 가져다주는 콜라는 버리지 않고 잘 모아두었다가 생각날 때마다 마신다.

 

*작성자 주 - 오타는 아니다. 게르만 민족이 운영하는 딜리버리 히어로가 곧 배달의 민족을 인수할 예정이고 그렇게 된다면 실제로 호칭은 저렇게 바뀌어야 할 것이다.


 육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아내가 질문을 던졌다.

이제는 살 수 없다. 하하 :D

사이다, BTS 한정판이라는데 이거 사줄까?

 

 냉장고에 쌓여 있는 탄산이 얼마나 되는지 잠시 고민에 잠겼다. 그리고 최근에 무언가 잘못한 일은 없는지 다시 한번 천천히 기억을 더듬었다. 그리고 나서야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래.

 하루가 멀다 하고 도착하는 택배 박스들 사이에 꽤 무게가 나가는 박스 하나가 끼어 있었다. 박스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한 순간 무심코 흘려보낸 단어가 뇌리를 스쳤다. BTS 그리고 ARMY.

내가 아는 아미는 그 army 하나였는데.

 작고 귀여운 칠성사이다 70주년 기념 BTS 크리스마스 한정판 미니병 세트. 상자에만 스티커 하나 달랑 붙여 놓을 것이 아니라 굿즈라도 조금 넣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감히 우리 오빠들을 삐뚤게 붙여놔?

 문제는 한정판이라는 족쇄가 병뚜껑엔 손도 대지 못하도록 만들었다는 것. 어차피 안에 든 사이다 맛이 다른 것도 아닌데 말이다. 다행인 것은 아내가 사이다에는 관심도 없다는 것.

아이폰 11Pro Max 만한 크기다. 150ml. 이 정도면 두 개는 들이켜야 한다.

 글을 마치며, 유통기한이 지나기 전엔 뚜껑을 꼭 따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더 둔다고 와인처럼 숙성이 되는 것도 아닐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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