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맛을 고생하며 끌어내기보다는 이미 알고 있는 맛을 잘 섞어낸다면 그만큼 효율적인 재탄생도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제과 업계 등에서 보이는 행보는 고개를 끄덕일만하다. 다만 그 시도에 가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참지 못하고 카트 구석구석 과자를 가득 채워 넣고야 마는 것이다.

빨리 상자를 열라며 웃음을 날린다.


 

 몽슐랭 프로젝트 1탄. 카페 노티드의 셰프들과 콜라보로 탄생한 마롱몽블랑 케이크. 진열대에 전시된 상자를 발견한 아내는 상기된 표정으로 박스를 집어 카트에 담는다.

‘케이는 묵음이야.’

 갑자기 바프가 생각나는 사이, 괜스레 그 옆에 있는 오예스 콩고물에 눈길이 간다. 계획 구매를 하자고 몇 번이나 한 다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망설임 없이 오예스 상자를 집어 들어 몽쉘 상자 곁에 조심스레 올려둔다.


빨리 열어달라고요.
TMI
저기로 열고 싶단 말이다.

 집으로 돌아와 짐을 정리한 후 먼저 몽쉘 상자를 살펴보았다. 다른 것보다 눈길이 가는 것은 재활용을 위해 별도로 뜯는 곳을 마련해두었다는 점. 하마터면 생각 없이 먼저 뜯을뻔했다. 뜯는 곳은 화살표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언제나 진행 방향이 헷갈린다. 물론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았다.

화살표부터 시작이다. 화살표 방향으로 뜯는 것이 아니다.
어머.
카..카와... 귀멸의 칼날 후유증이 극심하다. 한글을 사랑하자. 귀엽다.

 상자가 입을 벌리니 작고 귀여운 포장지가 나를 반긴다. 전통적인 몽쉘 포장지는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다. 이번엔 오예스 차례다.

고소한 건 알겠는데.

 개인적으로 이런 케이크류 중에는 오예스를 가장 좋아하는 나로서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들뜬 마음으로 상자를 열었을 때 다소 칙칙한 느낌의 포장지가 기대치를 떨어트린다. 콩고물의 느낌을 살린 것은 잘 알겠지만 기존 오예스 포장지가 더 식욕을 자극하는 느낌이다.

화살표부터 시작하다. 긴장을 늦추지 말자. 여기선 화살표 방향으로 뜯어야 한다.
고소한 건 알겠는데 2
고소한 건 알겠는데 3
귀엽다. 오래 보아도 그렇다. 일부러 몽쉘을 앞에 놓은 것은 아니다.

 이제 몽쉘과 오예스를 한 접시에 담아본다. 함께 모아놓고 보니 몽쉘에 더 눈길이 간다. 손이 가는 대로 우선 몽쉘을 개봉한다. 작고 귀여운 몽쉘이 나를 반긴다. 쁘띠의 느낌이 가슴 깊이 와닿는다. 반으로 갈라보니 크림도 충실해 보인다.

 

작고 아담하다.
속도 알차다.

 그다음 오예스를 꺼내본다. 외관은 예상대로다. 코 끝을 스치는 향에 맛이 예상된다. 반으로 갈라보니 예상은 확신에 가까워졌다.

겉만 봐서는 모르겠다.
고소한 건 알겠는데 4
어떻게 쌓아야 예뻐 보이지.

 그렇게 한 데 모은 후 아내와 함께 반쪽씩 맛을 보았다. 첫 번째 아내는 몽쉘, 나는 오예스였다. 잠시 가만히 접시를 들여다보던 나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서로 궁금한 거 먼저 먹었네.”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접시에 남은 몽쉘을 먼저 집어 들었다. 이후 절로 고개를 끄덕이며 아내에게 말을 건넸다.

“잘 뽑았네.”

 몽쉘이 아니라 새로운 케이크를 출시했다고 해도 괜찮은 맛이었다. 카페 노티드를 알지는 못하지만 노티드 쁘띠 몽쉘은 기억에 남을 느낌이다. 나아가 아내, 그리고 아이와 함께 카페 노티드를 방문하는 즐거운 상상을 한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남은 오예스를 언제 다 먹을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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