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유년 시절을 떠올리려면 꽤 많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블리자드와의 인연을 생각해 보면 지금으로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 디아블로 등. 그중에서도 워크래프트는 추억의 한 축을 담당한다. 2016년에 개봉한 워크래프트 영화도 본 적이 있다. 물론 영화 내용은 조금도 기억에 남지 않았지만.

 

 그중에서도 WOW(World of Warcraft). 게임을 실제로 플레이해본 적은 없다. PC 앞에 앉아야 하고 시간 조절도 어려운 MMORPG 자체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도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며 유년 시절을 함께 PC방에서 보냈던 친구들이 점점 게임보다 술을 가까이하게 된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워크래프트, 그중에서도 호드와 얼라이언스 진영의 대립 정도는 잘 알고 있다. 그것이 바로 ‘스몰월드 - 워크래프트’ 보드 게임 펀딩에 참여하게 된 계기다.

* 사실 보드 게임을 받은 건 몇 달도 더 된 일지만 육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이제야 글을 올린다.

 생애 첫 펀딩. 그것은 펀딩은 와디즈를 통해 진행되었고 주체는 만두게임즈였다. 여러 가지 펀딩 옵션이 있었지만 구성의 차이 외엔 별다를 게 없었다. 가격의 차이뿐만 아니라 구성품이나 배송 일정의 차이도 없었다. 하지만 기분상 얼리 버드 옵션을 선택했다.

 


 간간이 리워드 발송 관련 알림을 통해 소식을 접하고 있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일정이 두 차례 정도 지연되었다. 그렇게 펀딩에 참여한 것조차 까맣게 잊고 지내던 어느 날 드디어 현관문 앞에서 반가운 택배 상자를 맞이했다.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구성을 살펴보자.

 미리 알림을 받은 대로 오류 수정 스티커가 하나 들어 있었다. 스몰월드 보드게임에 워크래프트 컨셉을 차용했다는데 사실 스몰월드라는 보드게임은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가슴이 설렌다.

 

규칙서를 보면 수학의 정석을 만난 것처럼 가슴이 먹먹하다. 그것도 아니면 기초 성문법.
뭐가 많다.

 

팀플레이가 가능하다지만 아내가 나와 상대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정리도 깔끔하다.
문제의 수정 포인트는 매뉴얼의 상단에 있다.
별로 감쪽같지 않지만 완벽한 위치에 정확하게 안착시켰다.

 신속하게 매뉴얼을 보며 전체 룰을 파악한 후 아이가 잠든 틈을 타 아내와 바로 진검 승부를 펼쳤다.

 

나는 호드, 아내는 얼라이언스를 택했다.
게임 중반에는 몇 번이나 내가 이기는 모습을 상상했다.

 한 시간 남짓 이뤄진 승부의 승자는 역시나 아내. 최근 보드 게임 맞대결에서 단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

 

골드가 많은 자가 승리한다.
골드에서도 차지한 땅에서도 이길 수 없었다.

 내가 대적할만한 상대는 잠든 아이. 그것도 커서 초등학교 들어가서 나 가능한 일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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