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신발만큼 개발자에게 좋은 마우스가 필요한 이유

 좋지 않은 습관이 있다. 마우스나 키보드를 사용할 때 오른쪽 손바닥 바깥쪽 뼈를 책상에 짓누른다. 그것이 잠깐이라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직업이 프로그래머이고 취미가 글쓰기인 나에게 습관은 참기 어려운 통증을 가져다주었다.

 

 은퇴를 고민할 만큼의 통증은 점점 나를 괴롭혔다. 물론 해결책은 있었다. 손목 패드를 사용하는 것. 그러나 그것은 한계가 있었다. 마우스와 키보드를 번갈아 사용하다 보면 어느샌가 손목은 책상과 맞닿아 있다. 뒤따르는 통증에 미간을 찌푸리다 결국 찾아본 것이 인체공학 키보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Kinesis. 하지만 50만 원대의 사악한 가격에 마음을 접었고 합리적인 가격의 마이크로소프트의 스컬프트 라인을 선택했다.

 

 장점은 키보드의 손목 받침 부분을 높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손목이 자연스럽게 허공에 떠있게 되어 좋지 않은 습관에서 손쉽게 해방되었다. 문제는 마우스에 있었다. 오랫동안 사용하니 휠이 뻑뻑해지며 휠을 둘러싼 고무가 마모되었다. 급기야 휠을 돌려도 한 번씩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여러 가지 대안을 찾다 도착한 선택지는 Apple Magic Mouse2다.

 


마우스야 네가 아무리 잘나봤자 내가 딴 거 쓰나 애플 쓰지

 맥북과 아이맥을 사용하며 트랙패드에 익숙한 나로서는 Magic mouse를 사용하며 느낀 좋은 경험을 확장하고 싶었다. 단점은 사용해야 할 환경이 윈도우라는 것. 찾아보니 이런저런 유틸을 사용하면 맥 환경에 가깝게 사용할 수 있지만 완전한 경험은 불가능했다.

 

 와이프도 허락을 했겠다, 정 안되면 집에서 사용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과감하게 주문을 강행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택배가 도착했다.

 애플답게 포장은 깔끔했다. 단출한 구성과 매끈한 디자인은 여전하다. 마우스 본체, 충전 케이블, 매뉴얼이 전부다. 물리 휠이 없어 제스처로 휠 동작을 인식한다. 물론 윈도우에서는 별도 유틸 없이 뒤로 가기와 앞으로 가기 제스처가 동작하지 않지만.

 

 혹시나 충전이 필요할까 싶어 급속 충전기에 잠시 꽂은 후에 맥에 잠시 연결해 보았다. 전원만 켜도 바로 인식이 되고 심지어 앞에 충전이 필요 없을 정도로 완충 상태다.

 이제 회사의 마우스를 교체할 차례이다. 연결에 필요한 블루투스 동글은 예전에 몇천 원 주고 산 제품을 이용했다. 윈도우10에서 막힘없이 연결이 잘 된다. 휠 기능 사용을 위해 부트 캠프 드라이버도 설치했다. 이질감이 있지만 적응하기 어렵진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PC를 껐다 켤 때마다 블루투스를 재 연결해 줘야 한다는 것. 내적 갈등이 시작되었지만 제스처로 사용하는 휠 기능이 주는 매력을 쉽게 포기할 생각은 없다. 덕분에 회사 PC는 당분간 전원 꺼질 일이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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