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유모차

 

첫아이의 첫 유모차를 디럭스 모델인 잉글레시나 앱티카 써밋 쟈카드로 시작하게 되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참고.

2020/11/18 - [주전부리 레시피/벨 소리가 울리면] - 땡스 기빙 it. 6화 - 잉글레시나 앱티카 써밋 쟈카드

 

땡스 기빙 it. 6화 - 잉글레시나 앱티카 써밋 쟈카드

 코로나의 위세가 꺾이기는커녕 오히려 수도권을 중심으로 더 늘어만 간다. 아직 어린아이를 위해 외출도 삼가며 최대한 집에 있으려고 하지만 여의치 않은 일이다. 아무리 집돌이 집순이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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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럭스 모델을 사용하며 느낀 장점은 안전. 단점은 무겁다.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 차에 실을 때 번거롭다. 등등.

 

 이런저런 이유가 있었지만 조카를 위한 선물을 빨리 고르라는 형의 독촉 아닌 독촉이 가장 큰 동기가 되었다. 더불어 휴대용 유모차의 갈증을 이겨내지 못한 우리는 결국 구매를 위해 베이비 플러스에 다시 방문하게 되었다.

 

 매장에 직접 방문해서 끌어보고 접어보고 들어보는 것은 중요한 과정이다. 유모차에 대한 전반적인 사용과 관리 책임은 대부분 남편에게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용해봐야 이 말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된다.

 

 사전 조사는 아내가 끝냈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가격 기내 반입 가능 여부. 코로나가 끝나고 혹여나 아이와 함께 비행기를 탈 경우, 그때 필요한 유모차를 추가로 구매할 생각은 없었다. 일부 저가 항공사에서는 기내 반입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했지만 그 정도는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고려 중인 몇 가지 모델이 있었지만 가장 유명하고 저가항공을 비롯한 모든 기내 반입이 가능한 요요2는 제외했다. 디럭스 모델에 버금가는 사악한 가격과 액세서리를 추가로 구매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되었다.

 

 그다음 후보가 몇 가지 있었지만 잉글레시나 앱티카 써밋 쟈카드를 사용하며 느낀 가장 큰 장점인 안전. 그것에 대한 좋은 느낌이 결국 잉글레시나 퀴드2를 선택하도록 나를 이끌었다.


Inglesina Stroller Quid2. 3층 기저귀 카트 대비 2층 높이다.

 구매 며칠 후, 집에 돌아오니 다소 아담한 박스가 우리를 맞이했다. 엄청난 박스 크기를 자랑했던 잉글레시나 앱티카와는 달리 퀴드2 모델은 휴대용에 걸맞은 크기다. 휴대용 유모차에 적합한 무게는 과연 얼마인지는 의문이다.

설명서는 이케아처럼 쉽게 만들어주세요.
듬직한 바퀴.
꽂으면 끝이다.

 이케아 설명서에 준하는 설명서를 따라 아내와 함께 조립을 진행했다. 언제 봐도 듬직한 바퀴만 잘 꽂아 넣으면 끝이다.

손잡이가 있긴 한데... 7.25kg
아늑한 공간을 자랑한다.
아이의 안락한 탑승 환경을 위한 손잡이. 실제로는 탈출 방해 장치...
조립 후 접으니 잘 접힌다. 마지막으로 접은 뒤 편 적은 없다.

 아직 디럭스 모델을 잘 사용하고 있기에 집에서만 시범으로 몇 번 태워본 것이 전부다. 그리고 그 후에 잘 접어서 구석에 두었다. 확실히 디럭스 모델에 비해 공간도 덜 차지하고 접었다 펴기도 쉽다. 하지만 아기의 월령이 어려 디럭스를 조금 더 사용한 후에 휴대용 모델을 사용하기로 아내와 결정했다.

 

 물론 지박령처럼 현관을 떠나지 못하는 앱티카를 치우기 귀찮아서는 아니다. 그냥 그렇다는 말이다.

 

 

 코로나의 위세가 꺾이기는커녕 오히려 수도권을 중심으로 더 늘어만 간다. 아직 어린아이를 위해 외출도 삼가며 최대한 집에 있으려고 하지만 여의치 않은 일이다. 아무리 집돌이 집순이라 해도 잠시 잠깐의 외출은 다시 마음을 다잡는 데 도움이 된다.

 

 그렇게 코로나를 잊고 잠시 콧바람이라도 쐴 겸 동네 산책로를 걸으려고 해도 큰 문제가 있었다. 점점 커가는 아이를 아기띠에 의존해 함께 다닌다는 것 말이다. 내년 봄 이전까지는 절대 필요가 없을 것만 같았던 유모차가 간절해진 이유였다.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가 짧은 시일 내에 잠잠해질 것도 아니라는 생각, 겨울에 찬 바람을 맞으며 산책할 일도 없을 거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했다. 그때 아내의 한마디가 내 마음을 돌려세웠다.

유모차도 카시트처럼 적응이 필요하대.

 그 어떤 반박이 필요 없는 설득이었다. 검진을 위해 병원을 오가며 카시트와 씨름했던 기억이 떠올라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장 조사

 후보군은 아내가 다음, 네이버, 블로그, 맘 카페의 리뷰, 후기를 모두 샅샅이 뒤져 이미 추려 놓은 후였다.

부가부, 오르빗, 잉글레시나

 이 셋 중에 하나를 선택할 예정이었다. 처음 방문한 베네피아에 모든 제품이 있었다면 결정이 쉬웠겠지만 안타깝게도 오르빗이 없었다. 투박한 느낌의 잉글레시나보단 부가부에 눈길이 더 갔다.

 

트렁크에 유모차를 싣고 내리는 일은 내 담당이었기 때문에 무겁고 큰 디럭스보단 절충형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그중에서도 매장을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는 부가부 비5가 우리의 마지막 선택지였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 아내가 말을 꺼냈다.

오르빗도 보고 싶은데.
결정한 거 아니야?
다 보고 결정해야 후회가 없지. 그리고 카페 이런 데서 옆으로 돌릴 수 있는 게 얼마나 편한데.

 그렇게 오르빗을 볼 수 있는 베이비플러스까지 들리고 나서야 부가부 비5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오르빗을 선택하지 않은 것을 잘했다고 느낀 것은 그로부터 얼마 후 아파트 인근에서 오르빗 실사용자를 마주친 때였다. 벤치에 앉아 있던 엄마의 오르빗은 정방향을 보고 있었다. 옆으로 돌려 아이와 마주 볼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구매

 

 지인 찬스를 쓰기 위해 문의만 해본 결과 부가부 제품은 취급하지 않는다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득과 실을 고려해서 내린 합리적인 결정은 결국 후보였던 잉글레시나 앱티카 써밋 쟈카드였다. 가격과 부수적인 혜택이 무거움을 이긴 순간이었다.


기약 없는 기다림

 

 9월쯤부터 주문을 넣고 기약 없는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매장 오픈 일정이 연기되고 있는 것이 문제였다. 몇 번이나 그냥 취소하고 부가부 비5를 사던지 아니면 내년에 나올 부가부 비6를 사자는 말이 오고 갔다. 하지만 점점 늘어나는 코로나 확진자가 우리의 기세를 꺾었다. 차가워진 바깥공기도 아이와 함께 밖에 나가는 일을 주춤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나고 나서야 주문이 들어갔다는 확답을 받을 수 있었다. 아내는 그로부터 며칠 동안 왜 이렇게 택배가 오지 않느냐며 투덜거렸지만, 우리는 마침내 집 앞에 놓인 거대한 택배 상자를 마주할 수 있었다.

내돈내산


조립과 시운전

단아한 자태로 우리를 기다린다.

 아내의 표정이 그렇게 신날 수가 없었다. 다른 육아 용품이 왔을 때보다 더 신나는 얼굴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달 여를 기다린 제품이었기 때문이었다. 매뉴얼을 꺼내놓고 그림을 보며 순서대로 비닐을 벗겼다. 조립에 일가견이 있는 아내를 배려해 공정은 공평하게 아내와 나 50:50으로 진행했다.

구성품 별로 깔끔하게 포장되어 있다.
거대한 바퀴는 크기만으로 안정감을 준다.
매장에서 체험했던 대로 접고 펴는 것. 시트 조절이 완벽하다. 무게도.

 조립을 끝낸 유모차를 보니 어서 태우고 밖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렇다고 자는 애를 깨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들뜬 마음을 억누르고 미세먼지가 잠잠한 날, 날이 조금 포근하다면 함께 산책로를 걷기로 아내와 그렇게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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