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보와 한정판.

 이 두 단어가 주는 사전적 의미와 시장의 해석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일례로 삼양과 진로가 콜라보 한 김치 불닭볶음면은 봉지에 두꺼비 그림이 들어갔다는 것 외엔 개인적으로 어떤 메리트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사은품으로 레트로 소주잔이나 끼어줬다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또 다른 예로 오뚜기에서 나왔던 오동통면 한정판이 있었다. 경쟁사 대비 다시마를 하나 더 넣은 전략과 매스컴의 홍보 효과를 등에 업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그 한정판이 출시된 지 꽤 오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마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라이언과 진라면의 콜라보

신난다.

 카카오와 진라면의 콜라보 작품인 라면기가 출시된다는 소식을 접한 것은 아내를 통해서였다. 기사보다 빠른 정보의 출처는 다음. 판매 품목은 라면기, 컵라면 타이머, 젓가락, 마우스패드, 노트와 펜 세트. 총 다섯 종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합리적인 라면기를 구매하기로 합의했다.

이런 콜라보는 환영이다.

 자정이 지나 판매 예정일이 되자 카카오 선물하기에서 검색을 해봤지만 제품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오전 9시나 되어야 풀리겠거니 생각하고 잠이 들었다. 이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전 8시쯤 다시 들어가 보니 구매가 가능했다. 신나는 마음으로 아내와 함께 쓸 요량으로 두 개를 구매한 후 고민에 빠졌다.

'사은품인 진라면 5개는 어디 있단 말인가?'

 재빠르게 기사를 검색해본 결과 사은품은 카카오 프렌즈샵에서만 제공한다는 안내가 있었다. 침착하게 프렌즈샵에 접속해 라면기를 구매하고 사은품까지 확인한 후에 선물하기의 결제를 취소했다. 이후 오전 9시 24분에 카카오프렌즈에서 알림이 하나 왔다.

아마도 품절되지 않은 다른 제품들을 마저 팔기 위해 알림을 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호기심에 링크를 타고 들어갔더니 사람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전부 판매 개시를 기다리다가 알림을 받고 구매를 시도하러 달려온 사람들이다. 이미 한 시간 전에는 품절되었을 것인데.


이유야 어쨌든 부러우면 지는 것이다.

 

쓸데없는 과대 포장의 나쁜 예.
적절한 포장과 배치의 좋은 예.

 

순한맛은 안 먹어요.
매운맛은 먹어요.
어서 라면을 넣어 달라고 유혹한다.
신라면 골수 팬이지만 이제는 진라면으로 넘어가도 될 정도의 맛과 깊이를 자랑한다.

 실제 사용할 요량으로 샀으니 사재기는 아니다. 다시 팔 생각도 없다. 그런데 한정판 굿즈라고 팔아 놓고 카카오프렌즈에서는 추가 생산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도대체 한정판이란 무엇인가, 그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긴 한 것인지 진심으로 궁금해진다.

 

 

 

문화상대주의

 

 고깃집에 가서 고기를 먹은 다음 후식으로 냉면을 먹는다. 아내는 처음에 이런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나 또한 그런 아내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비빔국수와 비빔냉면에 길들여진 나에게 비빔면은 또 하나의 훌륭한 대체재였다. 하지만 이제 팔도 비빔면에서는 벗어나고 싶었다.


시대를 풍미했던 괄도 네넴띤, 함흥 비빔면도 있었다.

*작성자 주 : 작성자 본인의 기준. 괄도 네넴띤은 팔도 비빔면의 야민정음 표기법이다. 팔도의 다른 제품과 함께 한정판으로 나왔다가 난리가 나서 추가로 판매를 진행했고 이제는 괄도 네넴띤만 별도로 판매 중이다. 함흥 비빔면은 비빔냉면의 맛을 잘 살려 가성비가 좋은 비빔면이라 생각했는데 요즘은 찾아볼 수가 없다.

 

 하지만 요즘은 오뚜기의 진 시리즈가 시장을 주도하는 것 같다. 진 비빔면도 그 연장 선상에 서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여러 업체에서 서로 따라 베끼기 바쁘니 그런가 싶기도 하다. 특별한 점은 없었다. 푸짐해졌다고 하는 것 외엔.

20%?

 특이한 점은 팔도 비빔면과는 다르게 고명스프가 별도로 있었다. 조리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끓는 물에 3분 30초 면을 삶아 낸다. 그다음은 찬물과 손으로 정신없이 면을 괴롭힌다.

면만 먼저 삶으면 된다.
물은 끓고 있다.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
팔도보다 스프 봉지를 한 번 더 뜯는 수고가 필요하다.
노곤노곤하니
몸은 풀어진다.
맨손은 위험하다.
사정없이 괴롭혀야 한다.
인간 계량기를 동원한 분배.

 마지막으로 소스와 고명을 올리고 적당히 비비면 끝이다.

소스 투척
고명도 올리고
오른손으로만 비비겠다.

 다 만들어진 비빔면을 보고 아내가 입을 열었다.

 

“하나 끓여서 나눠 놓은 거 같다.”
“원래 비빔면은 한 개 반해야 일 인분이잖아. 그리고 뱃속에 아기도 있으니까 더 그렇지.”
“네 개를 다 할 걸 그랬나?”

 

깨소금 추가. 하필이면 계란이 떨어지는 바람에.

 20% 푸짐해진 것 외에 특별한 점은 없었다. 면발은 팔도비빔면에 비해 조금 더 두꺼운 느낌이었다. 맛은 준수한 편이었다. 글을 마치며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평가를 덧붙인다.

‘팔도든 오뚜기든 맛은 비슷. 싼걸 먹으면 이득.
하나 가지고 모자란 건 매한가지.’

별점 : ★★

      ★: 먹어본 사람에게 맛을 물어보세요.

★★: 궁금하니 꼭 한 번은 먹어볼 만한

 ★★★: 사서 드시면 됩니다. 살 수만 있다면

-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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